웨딩해 : 결혼 준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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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HAE 매거진

부부에게 ‘맞벌이’를 강요하는 사람들

결혼 생활에서의 ‘맞벌이’ 논란

2019.12.11 10:08:24 / 조회수1,998

10월의 어느 날, 친구 다섯이 모인 청첩장 모임에 갔다. 10년 지기 친구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결혼을 했고, 과반 이상이 기혼자인 모임으로 바뀌었다. 연애부터 결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이르기까지 삶의 변곡점이 바뀔 때마다 대화의 주제도 바뀌어 갈 즈음, 한 친구가 결혼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 이번에 퇴사하고 쉬는 거야?”

“그러려고 해.”

“남편이 안 말렸어? 요즘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잖아.”

 

필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바로 ‘맞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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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자의적으로 일을 왜 그만 둬, 아깝게

친구 A는 현재 평범한 전업주부다. 신혼 생활을 즐긴 지는 만 3년, 아이는 없다. 흔히들 일컫는 ‘외벌이’로 지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배우자와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퇴근 전까지 자기 시간을 즐긴다. 운동도 다녀오고 동네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들과 모임도 종종 다녀온다. 친정에도 자주 가서 남편과 친정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올 때도 잦다.

 

당연히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이 따른다. 그를 두고 친구들은 ‘내가 바라던 삶’, ‘취집의 표본’이라는 말도 써가며 시샘했다. 필자 또한 A의 삶이 부러웠던 한편, 의아했다. 사실 그는 학창 시절 전문직을 꿈꾸며 전교권 성적을 자랑하던 엘리트였다. 유명 대학을 졸업해 자격증을 따고, 국내 굴지의 기업 재무팀에서 근무도 했었다. 그런 A는 같은 기업 계열사에 다니던 당시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곤 결혼 후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화려한 자격증들과 앞으로 남은 커리어가 개인적으론 아깝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A에게 주변인들은 늘 물었다. 왜 그만뒀느냐고. 그는 답했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의외로 남편이 ‘그만둬’라고 했단다. 요즘 세상에? 미혼인 친구들은 A의 답에 다들 놀랐다.

 

“아 물론, 원한다면 프리랜서로도 일할 수 있겠지. 너는 자격증도 있잖아.”

“글쎄… 그 일은 다시 하고 싶진 않아. 그리고 의외로 전업주부가 잘 맞기도 하고. 전업주부 생각보다 어려워, 마냥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A는 그런 질문에 늘 웃으며 단호히 답했다. A의 답에 친구들은 “그래도…”라고 하면서 늘 말을 아낀다. 생략한 문장은 똑같을 것이다. ‘경력이 아깝지 않니, 외벌이로 살면 서울살이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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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외벌이로 살아야 하는 순간이 올때

 

필자 부부에게도 이른바 ‘외벌이’가 필요한 순간이 2번 왔었다. 해외 이주를 할 뻔했을 때, 이로 인해 재취업을 한 이후 너무 고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이다. 물론 필자는 일 욕심도 크고 커리어를 이어가겠단 의지도 있다. 다만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이직과 전직을 동시에 하는 건 체력이 2배로 소모되는 일이었다. ‘나야말로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고작 몇 달 만에 퇴사 생각을 한다는 게 자존심 상하고 한심하게 느껴진다’는 마음가짐은 곧 우울증으로 찾아왔다. 이런 필자를 보고 남편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 힘든 일이라며, 쉬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꾸준히 권유했다. 혹은 아예 일을 그만두게 되어도 좋으니 본인을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고마웠다. ‘나를 생각해주는 건 정말 남편뿐이구나’라는 의리 또한 느껴졌다.


다만 결과적으로 필자는 누구나 그렇듯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주한 현실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당장 돌아올 카드 값 충당과 적금 붓는 건 어떡할 것인지 걱정이 되기 때문.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은 이미 다 쓴 지 오래다. 근시일 내에 남편에게 ‘돈 좀 빌려 달라’고 말하는 건 더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 시뮬레이션을 수십 번씩 해가며 회사 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이유가 어쨌든 결국 맞벌이를 하는 건 ‘나의 선택’인 셈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가 아닌 가정에서의 ‘나’를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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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돈> 스틸 컷

 

 

'맞벌이'를 강요하는 건 결국 주변인들이더라

 

최근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지인들을 만났다. 그들이야말로 ‘아이’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짧게는 3달, 길게는 몇 년. 회사의 사정에 따라 휴가 기간이 다르지만 모두 일터에 나갔다. 이들을 보며 ‘아이’라는 요소가 나의 맞벌이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지만 좀 더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주고 싶어서, 막상 낳아서 길러보니 육아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대전제는 같다. 결국 아이를 위한 ‘나’의 의사라는 것.

 

주변인들은 흔히 결혼하기 전부터, 혹은 임신했을 때, 육아 휴직 중일 때 많은 여성에게 이런 소리를 늘어놓는다. 


“결국 취집 할 거냐, 외벌이로는 힘들 텐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애를 낳아도 일은 해야 해. 그래야 외벌이로 힘들게 안 살지.”

“복직 안 할 거야? 돈 들어갈 데 많아서 한 사람 수입으로는 힘들어.”   

 

참고로 필자 주변에선 남편이 일을 그만두라고 해서 일을 그만둔 사람도, 일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위해 그만둬라’, ‘키워줄 테니 일해라’, ‘남편 월급 갖고 어떻게 사니’, ‘맞벌이하는데 의지라도 되어 줘야지’ 하는 주변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정은 부부가 책임지는 것이고, 실제로도 다들 그리 산다. 주변에서 아무리 이야기한들, 두 사람의 미래 계획은 두 사람이 책임지고 설계한다. 누군가 쉬고 있다고? 그건 두 사람이 결정한 결과다. 왈가왈부해 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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