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해 : 결혼 준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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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HAE 매거진

시댁, 그 참을 수 없는 불편함에 대하여

결혼 7개월 차, 흔한 며느리가 되기로 한 이유

2019.09.25 10:42:18 / 조회수10,182

결혼한 지 7개월쯤 지났다. 1번의 명절, 2번의 부모님 생신이 지났고 그동안 시부모님께 안부전화는 5번 정도 드리고 식사는 5번 정도가 전부였다. 대충 숫자로도 보이지만 시댁에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다.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같은 집에 사는 남자도 내 친정에 마찬가지다. 세세하게 따지면 내가 조금 더 많이 연락하고 만났다. 누가 더 잘했나 유치하게 따져보면 둘 다 칭찬받을 만한 며느리, 사위는 아니다. 효부는 애당초 글렀는데, 사실 그 타이틀에 도전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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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나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콘텐츠를 많이 접하며 살아온 세대다. ‘불행히도'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결혼을 하기도 전에 겁먹기에 충분할 양의 콘텐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지금껏 ‘결혼=해로운 것’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레 보고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꼬꼬마 시절부터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은 왜 그렇게 챙겨본 건지. (금요일 저녁마다 본방 사수했던 집, 우리 집만은 아니죠?) 왜 장모님, 장인어른이 사위를 괴롭힌 이야기는 손에 꼽는 데 시댁에서 며느리를 못살게 구는 이야기는 압도적으로 많은 건지. 결혼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은 왜 그렇게 한결같이 슬프고 잔혹한 건지. 실제로도 내 주변의 많은 결혼 선배님들이 갑을 관계에서 고통받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얼마나 많은 여성이 비혼을 선언했는지 모른다. 좋은 사람을 만나도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건 모두가 인정할 거다.

 

확실한 건, 우리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학습하는 동안 부모님도 주변으로부터 묻고 들어 학습이 되어 있으시다는 거다. 실제 우리 부모님들도 그렇고,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도 대충 분위기가 그렇다. 웬만한 부모님들은 적어도 ‘요즘은 예전처럼 하면 안 된다’ 정도는 아신다. 자식들 눈치를 봐야 한다며 신세한탄을 하셔도 앞에서 내색은 안 하시는 센스 정도는 갖추셨다. 결혼할 이유보다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더 많은 이 시대를 적응하신 것도 같다. ‘자식들이 결혼하지 않을 이유'를 하나 더 보태는 일을 멈춘 것은 아닐까. 적어도 자식 시집-장가보내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과제로 생각하시는 부모님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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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시댁에 남편 없이 혼자 간 적 있는데, 시어머니가 손수 요리를 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나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대화를 하다가 불쑥 말씀하셨다. “너 어디 가서 시댁 욕하고 그러지 마라~” 맥락 없이 나온 말이어서 뜬금없지만, 그때 느꼈다. ‘아, 우리 시어머니도 학습되신 분이구나.’ 그리고 ‘내 눈치를 보시는구나.' 나는 의도적인 명랑 톤으로 “제가 어딜 가서 욕을 해용^^”하고 말았다. 눈치 보게 해 드리는 건 싫은데 또 좋기도 하고 편하셨으면 좋겠는데 또 한편으로는 불편하셨으면 좋겠다. 솔직한 나의 본심은 그렇다. 한 때 남자친구가 너무 좋아 미쳤을 때나 결혼 준비가 꽤 즐거웠을 때는 시어머니와 내 관계가 우리 엄마와 나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해본 적이 있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부모님이 더 생겼으니 시어머니와도 친엄마와 내가 친구처럼 지내는 것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지금 돌아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당신의 아들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자식처럼 사랑받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 무엇보다 그렇게 되려면 그만큼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 하는 데, 한 두 달에 한번 보는 걸로는 서로의 성격이나 취향조차 알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본래 성격대로 까불다가는 초래할 위험부담이 더 크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흔한’ ‘일반적인' ‘평범한' 며느리가 되어 시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살고, 기본적인 도리를 다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내 부모님 앞에서는 엉덩이 춤 추며 개그 치는 나지만 시부모님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며느리로 비춰지도록 노력하는 거다.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나에게는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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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남동생이 곧 결혼한다. 나를 본받았는지 결혼 준비 과정이 나와 많이 비슷하다. (첫 화 참고) 그동안 엄마는 남동생의 결혼 때문에 몇 번이나 눈물을 찍어냈다. 얼마 전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옷 한 벌 못 얻어 입냐”는 이모의 말을 듣고 두 시간이 넘도록 엄마의 신세한탄을 들어주며 본심을 알게 됐다. 해준만큼 돌려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증폭되는 서운함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해 가슴이 타들어갔던 거다. 그래도 엄마는 예비 올케를 만나면 항상 좋은 말을 하고 웃기만 한다. 우리 엄마 역시 이 시대의 눈치 보는 전형적인 시어머니니까. (참고로 말하자면, 엄마는 동생에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결혼한 나를 응원했었다. 엄마가 가지는 감정은 내 동생이 아들이라서 그런 거다. 아들의 의미란 이렇게 크다.) 

 

하필 이 과정을 옆에서 너무 적나라하게 본 나는 시댁에 가서 마냥 웃을 수가 없게 됐다. 결혼 준비 과정 그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시댁에서 내 눈치를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당신 인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며느리가 뭐가 예뻐서 뜨신 밥 차려주고, 설거지조차 못하게 하고, 쉬게 하고, 반찬까지 해서 바리바리 싸주시겠는가. 마냥 자식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서 인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마음이 참 그렇다. 이 어려운 관계를 어찌 풀어내야 할꼬. 갈 길을 구만리 앞둔 기분이랄까. 

 

시댁과 나를 영영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이제 깨달은 나다. 어찌 됐든 우리는 가족이 됐기 때문이다. 가족은 결혼의 가장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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